지독한시독해 , 시를 서평하는 첫 시간으로 주하윤 시인의 <발로-V에게>를 선정하였다.
주하윤 시인은 전북 군산 출신의 현대문학가로 2009년 9회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였다.
출판한 시집으로는 2003년 3월에 창비에서 출판한 <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과 2022년 7월 문학동네시인선 176번째로 출판한 <여름 키코>가 있다.
두 편의 책 중 여름 키코, 그 중 한 편을 독해하였다.
생각은 늘 미래에 가서 이별을 떠올렸다 지옥은 늘 며칠 걸린다 며칠을 그렇게 보낸다
이꼬르) 나는 우선 다가올 이별과 다시는 떨어질 수 없는 종속에 대한 모순의 꿈을 꾸고 찾아오는 조울의 저울질은 며칠이 소비가 되며 스탠스가 유지가 된다는 말
갑자기 맑은 날이 찾아와 그 심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전부 가져가버리기도 하고
이꼬르) 정신이 맑은 것 같은 이상한 날이 오기도 한다고, 맑은 날이 차라리 미칠 것만 같은 날이 오기도 한다고
지옥은 며칠뿐일 테니 그 며칠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꼬르) 욕심이란 말이지 그 지옥이 없으면 물에 씻은 듯한 맑은 날은 소망하기 어려워 불행이섞인소망
내가 대신 겪는 지옥이 있다 당신은 원래 천사였으면서 사랑이 어떤 건지도 모르네"
이꼬르) 차라리 내가 알았더라면 나았을까 낫 두고 기역자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라고 원래 천사였으면서 사랑을 모르는 사람아 어쩌면 천사였기에 태생이 천사여서 모르는 것이라 착각하고 싶다고
지옥에 맞서줄 상대를 찾았던 건지도 모르지만
이꼬르) 그런 뼈가 시린 운명은 없는 거라고
이룰 수 없는 꿈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꼬르) 아득한 시간아 작은 것은 크게 큰 것은 작게도 원근법이 무색하게 원형의 무게를 달리하는 것
하나에 빠져 있던 마음
이꼬르) 매몰과 반복, 학습, 심화, 발산, 충동
매번 속더라도 쥐어야 하는 꿈
이꼬르) 그것뿐이 없으니 좌절을 알아도 맬 수 있는 것이 이번 목숨뿐이라
등뒤로 구름이 흐르고 지옥까지 가기에 우리 악력은 너무 약했다
이꼬르) 사실은 지옥에 가고 싶지 않았을수도 아득하니 모르는 척 직시하지 못하고 싶었을수도 능력의 부재가 아닌 의지의 불능 무의 수렴
여름 키코를 아껴서 읽고 있다. 주로 스트레스 받을 때 꺼내 읽는 편이다. 외로움을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나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구나. 조울증을 진단받은지 햇수로 6년차, 뜨거웠던 심장이 차갑게도 얼어버리고 반복되는 이상화와 평가절하 속에서 분산되어있는 자아상은 외골수적인 기질과 더해져 그 길을 달리하고 있다.
시라는 매개체는 대체로 소설이나 다른 형식의 글보다 함축적이고 그 길이가 물리적으로 짧기 때문에 글자를 눌러 읽는 몰입이 필자에게는 수월한 듯 하다. 설명적인 것은 제쳐두고 본질에 가까워지는 작업들. 하지만 다른 층위에서의 문학과 영화,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본질은 같다. 나만이 그렇지 않다는 것. 위로를 받는 다는 것, 마음이 동해 내켜서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 많은 것들에 자본주의적인 태도가 깃들어있는 요즘이지만, 더 나아가 그런 것 조차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공감과 위로가 기저에 배분되어 있어야 사람이 움직인다. 나는 어쩌면 이 글을 이 시를 나의 가슴이 부풀었을 때에 조증이 다가왔을 때, 두 발이 땅에 닫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할 적에, 나의 기저에 흐르는 물줄기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다시 읽을 것이다. 마음이 동했다.
* 글을 쓰는 것은 그리고 발행하고 공표. publishing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나의 환경과 생각, 경험의 여부는 무엇인가를 발행하는 것을 기점으로 하여 발산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나의 ego나 신념이 무너질만한 기념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족적을 남기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어디선가 나의 글을 읽고 위로받을 또다른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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